1. 양날의 검인 높은 자율성
"독일의 장점 편"에서 높은 자율성을 독일 유학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었다. 하지만 높은 자율성은 의도하지 않게도 학생의 학위 과정을 망가트리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자율성이라는건 달리 말하면, 그 결과를 학생 본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된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교수들은 조언자로서의 역할은 하겠지만, 연구는 학생들이 알아서 하도록 놔둔다. 그래서 연구 성과를 내는 것도 온전히 학생의 몫이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독일 교수들은 박사 과정 학생들을 따라다니면서 연구 결과를 물어보거나, 빨리 연구결과를 내어 놓으라고 닥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몇몇 학생들은 학위 과정 중간에 동기부여를 잃어버리고, 연구에 매진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독일 박사 졸업 요건에는 SCI 논문 수와 같은 양적지표가 없다. 한국에서는 학위 졸업 조건에 SCI급 논문 수도 있고, 교수님들의 실적 압박으로 인해 졸업생간의 편차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
중간에 동기부여를 잃어버리거나, 연구에 회의를 느끼고 자기 절제를 잃어버리게 되면 박사과정이 4년, 5년으로 길어지거나, 미미한 연구 성과를 가진 채 졸업한다. 기업이나 연구소들도 이러한 경우를 잘 알기에, 이러한 학생들은 그 이후 취업을 하거나 포닥자리를 찾는게 녹록치 않다. 그래서 자기 동기부여를 지속적으로 유지 하지 못한다면, 독일 학위 과정에서 주어지는 높은 자율성은 의도하지 않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 높은 기회비용 (시간 및 금전적 투자 vs. 결과)
독일의 교육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독일행을 많이 고려하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non-EU 학생들에게 높은 수업료를 받는 대학교들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지만 금전적 비용을 고려할 때는 언어교육과 학위에 필요한 비용 및 기간을 꼭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대학교나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독일어 자격증이 필요하다면, 효과적인 독일어 공부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체류기간이 필요 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언어의 문제로 또는 학업의 어려움으로 학위 기간 (학사 또는 석사)이 예상보다 늘어가게 된다면 독일 유학에 들어가는 비용은 더욱 더 늘어난다.
혹여나 대학이나 대학교에 입학하였다고 하더라도,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학문을 배우는 건 결코 쉽지 않으며, 거기에 더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건 상당한 양의 노력 및 자기 절제가 요구된다. 또한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 유학을 나오지 않았었어도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상상해보자. (예를 들어 유학 유무에 관계 없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취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는, 동일한 목적지를 두고 험한길을 달려온 꼴이 된다. 그 험난한 길 (유학)을 헤쳐오면서 배운 것들은 여전히 개인의 자산으로 남아있겠지만,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굳이 그렇게 했었어야 했냐며 자책 또는 후회할 수도 있다. 또한 몇 년의 시간을 보내고도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유학은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을 고민 하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유학의 예상되는 과정 및 유학의 결과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과 시나리오로 이런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독일로 유학을 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유학에 필요한 정도의 노력을 한국에서 한다면, 내가 원하는 다른 걸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3. 외로움과의 기나긴 전쟁
가족, 친구, 고국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생활 하는 탓에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유학생이 외로움에 괴로워 한다. (얼마나 많은 유학생들이 외로움을 극복하고 싶어하는지는 관련 내용을 구글링을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외로움을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우리와 같은 유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존재이다. 어디에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끊임없이 우리의 머리 속을 헤집으며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유학의 목적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혹여나 공부의 결과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온다면, 그야 말로 외로움과 고독이 우리를 잡아 먹기 딱 좋은 시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학 생활 동안 우울증에 걸리는 학생들이 많은 듯 하다. (유학을 도중에 그만 두는 경우도 있다.)
유학 기간에 느끼는 외로움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 한 가지만 꼽아 보자면, 주변에 심리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타지에 온 것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특히나 독일에서 친구를 사귀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언어/문화의 장벽은 독일을 동과 서로 갈랐던 베를린 장벽보다 높고 단단하다. 또한 독일 사람들은 초면부터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으며, 우리와는 사뭇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에 공감대도 잘 형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다른유학생들과 많이 친하게 지냈었다.) 또한 독일 학생들이나 유학생들과 친해진다고 하더라고, 1년, 2년, 길면 3년이 지나면 대부분 뿔뿔히 흩어진다. 그러면 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친했던 친구들도 점차 연락이 뜸해지면서 서서히 멀어진다. 어느 새 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순간, 외로움이 슬며시 다시 찾아온다.
4. 늪에 빠진 독일 경제 (feat. 노동수요 감소)
코로나 이후로 독일 경제가 심상치 않다.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정책, 제조업 기반의 독일을 망가뜨리고 있는 러우 전쟁, 중국 기업들의 부상, 신 산업의 부재 등등으로 독일 경제의 성장성이 주춤하다 못해 꺾여버린 상황이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은 노동시장으로 직결되고 있다. 아래의 표와 같이 독일의 실업율은 코로나 전 5%를 기점으로 현재 6.3%까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젊은 세대가 취업 할 수 있는 일자리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많은 회사들이 젊은 세대를 고용하는 대신 비용절감을 위해 AI를 활용하려고 한다. (관련ZDF 뉴스). 현지 취업을 고려한 유학의 경우 이보다 더 부정적인 소식은 없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나 정부의 노력/투자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노동수요가 다시 회복한다면 지금이 저점일 수도 있다.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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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지난 10년 간 독일 실업률 2015 - 2025 (출처: 인베스팅 닷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