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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장점 (이공계)

독일 유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됬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의 경험(석,박사 & 기업)에 비추어 독일 유학의 장점을 추려보았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인정한다.) 

연관글: 독일 유학 단점

1. 자율성/자기주도성

내 경험상 한국 대학원에는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물론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랩의 분위기, 추구하는 연구 방향, 연구 성과, 일의 강도등이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학생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가 이야기 하는 자율성은 단순히 연구시간의 자율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의 자율성, 배움의 자율성이다. 한국 대학원에 2년 동안 있었지만, 나는 그저 데이터를 뽑아내는 기계에 불과했다. 교수님이 요구한 실험을 하기에 급급했었다.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볼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것들에는 시간을 많이 쓸 수 없는 환경이였다. 실험을 하는게,  논문이나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 보다 많이 우선시되었다. 제한된 사고의 확장은 내가 원하는 대학원 생활이 아니였다. 이것이 내가 한국 대학원을 그만두게된 가장 큰 이유였다.  


독일의 경우에는 달랐다. 석사든 박사든 그 누구도 내가 뭘 하든 간섭하지 않았다. 그 만큼 자율성은 보장 받았지만, 결과도 나의 온전한 책임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유학의 단점이 될 수 있다.) 석사과정 기간에는 꽤나 남는 시간들은 도서관에서 전공 서적을 읽거나 영어 또는 독일어를 공부했다. 학부 때는 시간에 쫓겨서 공부를 했었다면 (매주 시험의 압박.), 독일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좀 더 내용을 깊게 이해하는데 중점을 뒀다. 박사 과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높은 자율성을 보장 받았다고 생각한다. 연구 주제 (박사 테마)를 받고 연구의 방향성에 대해서 교수님과 미팅을 한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연구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게 다였다. 그래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은 진행하고 있던 연구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의 의미와 연구 진행 방향에 대해서 매일매일 깊게 고민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 내가 연구자로서 일을 하는데 좋은 트레이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 좋은 연구 환경 (박사 과정)

박사과정 동안 연구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신경 쓸게 없었다. 재정적인 지원도 넉넉했었어서 시도해보고 싶었던 실험을 큰 제약 없이 해볼 수 있었다. 행정 업무는 관련 부서나 비서분들을 통해서 처리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service 부서 (공방, 분석부서 등등)가 연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도와줬다. (독일 내 연구기관이나 대학교에 이러한 공방들이 (Werkstatt) 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연구를 대하는 태도 또는 문화가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의 관점에서 봤을 때, 독일의 연구 문화는 논문을 쓰는데 초점을 맞춘 연구는 아니였다. (내가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말이다..) 연구를 함에 있어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어떠한 현상이나 결과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집중 하는 것 같았다. 연구의 성과가 미미하거나,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실패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어떠한 것을 배웠고, 앞으로 어떠한 연구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이러한 이유가 교수의 연구 성과를 리뷰 할 때, 논문의 수보다는 연구 자체를 심사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내가 있던 연구소의 교수들은 3년 마다 외부 EU, Non-EU 교수들의 연구 심사를 받았다. 여담이긴 하지만, 거기서 꽤나 많은 공격을 받았던 교수는 몇 년 뒤에 노벨상을 받았다..) 

연구 인프라나 재정적인 지원, 그리고 교수들이 학생들이 지도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나의 경험에 의하면) 상당히 연구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3. 산학협력을 통한 인턴쉽 프로그램

독일에서 학위를 하는 동안, 그리고 기업에서 연구원으로서 일을 하는 동안 인상 깊었던 것이 독일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교 및 국가 연구기관) 들의 긴밀한 협력관계였다.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볼 때에도 학생들의 거주지 근처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높다. (밑의 지도를 보면 독일 내 기업 분포가 대학교 분포와 많이 겹치는걸 알 수 있다.)




 
독일 내 기업 분포 (좌) 와 독일 내 대학교 분포 (우)



이들의 관계가 보여주기식 아니라 실제로 석사 학위를 마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기업에서 인턴을 해야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학생이 개인적으로 인턴쉽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들도 고급인력이지만 저비용인 인턴 학생을 원한다!) 거기다가 석사 학위 논문을 기업의 프로젝트 일부를 진행하면서 쓰는 경우도 있다. (석사학위 논문의 경우에는 교수들의 허가가 필요하다. 때때론 교수들이 석사 학위 논문을 기업에서 한 일을 바탕으로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인턴쉽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어떻게 쓰이는지, 또는 어떠한 기술들이 실제 기업에서 이용되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이자, 내부 회사 사람들과의 네크워킹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턴쉽 경험은 미래의 구직활동에 있어서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산학협력을 통한 인턴쉽의 기회는 개인적으로 독일 유학의 최고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4. 다양한 문화, 언어와의 접촉 (문화적 지능 향상의 기회)

아쉽게도 한국에서 지내다 보면 다른 문화나 언어를 접하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독일에 지내다 보면 다른 유럽 문화, 언어에 노출 될 기회가 많다.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겠지만, 다른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접한다는 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고가 확장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것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는, 독일에서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독일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과 네크워킹을 하거나,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 되면서 타문화/타언어를 이해하는 "문화적 지능"이 상당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국제적 비지니스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학위의 취득을 넘어 글로벌 리더로서 성장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독일 유학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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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단점 (이공계)

독일 유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전 글 "독일 유학의 장점"에 이어 독일 유학의 단점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다시 강조하고 싶다.)  연관글: 독일 유학의 장점 1. 양날의 검인 높은 자율성 "독일의 장점 편"에서 높은 자율성을 독일 유학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었다. 하지만 높은 자율성은 의도하지 않게도 학생의 학위 과정을 망가트리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자율성이라는건 달리 말하면, 그 결과를 학생 본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된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교수들은  조언자로서의 역할은 하겠지만, 연구는 학생들이 알아서 하도록 놔둔다. 그래서 연구 성과를 내는 것도 온전히 학생의 몫이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독일 교수들은 박사 과정 학생들을 따라다니면서 연구 결과를 물어보거나, 빨리 연구결과를 내어 놓으라고 닥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몇몇 학생들은 학위 과정 중간에  동기부여를 잃어버리고, 연구에 매진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독일 박사 졸업 요건에는 SCI 논문 수와 같은 양적지표가 없다. 한국에서는 학위 졸업 조건에 SCI급 논문 수도 있고, 교수님들의 실적 압박으로 인해 졸업생간의 편차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 중간에 동기부여를 잃어버리거나, 연구에 회의를 느끼고 자기 절제를 잃어버리게 되면 박사과정이 4년, 5년으로 길어지거나,  미미한 연구 성과를 가진 채 졸업한다. 기업이나 연구소들도 이러한 경우를 잘 알기에, 이러한 학생들은 그 이후 취업을 하거나 포닥자리를 찾는게 녹록치 않다. 그래서 자기 동기부여를 지속적으로 유지 하지 못한다면, 독일 학위 과정에서 주어지는 높은 자율성은 의도하지 않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 높은 기회비용 (시간 및 금전적 투자 vs. 결과) 독일의 교육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독일행을 많이 고려하는...

독일 유학 그리고 정착 - 2/2 (부제: 과거를 회상하며..)

박사과정을 끝낸 그 순간이 독일 생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였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박사 과정 3년차가 끝날 무렵 교수님께 다음 커리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도 된다는 동의를 얻고나서 부터  독일 화학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몸부림 쳤다. 그렇게 해야, 한국으로 돌아가도 후회가 남지 않을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물론 내가 당시에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었다. 학회에 가서 회사에서 온 사람들과 어떻게든 말을 섞고, 취업에 관한 팁들을 물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운이 좋게도 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을 맞이 했다. 회사 연구 부서를 이끌고 있던 두 그룹 리더가 나의 연구에 관심을 보였고, 행사의 휴식 시간에 개인적인 미팅을 진행했다. 새로운 직원을 찾고 있다고 그랬다. 그렇다, 그 중 한 사람이 나의 미래 보스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독일 생활을 뒤 돌아보면,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주변 사람들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또는 나의 상황은 그들의 도움과 응원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어 낼 수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회사에 지원서를 쓰는 것도,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연구소 학생들 및 교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회사 합격 편지를 받았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이 힘들거나 나의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회사로 부터 합격 편지를 받은 그 날을 떠올린다. 얼마나 오고 싶어했던 회사였는지, 여기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거듭했었는지 등의 과거를 떠올려 보면, 지금 어떠한 상황이던 간에 감사 할 수 밖에 없다.   독일 생활 1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언어는 어렵고, 문화는 생소하며, 사람들을 사귀는 건 쉽지 않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분들, 또는 외국사람들이 독일에서 마주치는 현실인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독일 유학 그리고 정착 - 1/2 (부제: 과거를 회상하며..)

최근 세계 경제의 상황이 말이 아니다. 특히나 유럽의 수장으로 여겨지고 있는 독일은 2023년과 2024년 2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독일의 몰락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내가 처음 독일로 유학을 온 2014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 독일은 성공한 복지 국가의 표본으로 자리 잡았었고, 많은 이들이 독일의 경제,사회, 교육 모델을 따라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독일로 오게된 것도, 이런 사회적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나는 학부 때 이미 미국 유학의 꿈을 꾸면서 어느 정도 준비도 했었다.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로 우선은 한국의 대학원에 진학 한 뒤 미래를 고민해보는 걸로 타협을 했다. (사실 한국 대학원 진학도 나의 예상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쓰라린, 가슴을 후벼파는 듯 아팠던 경험은 앞으로 나의 인생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약 2년 후 당시 다니고 있던 대학원에 자퇴서를 제출하고,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독일 유학에 대해 조언을 구했던 친구 선배들은 하나같이 반대를 했었고, 미국으로 향할 것을 종용했었다. 이럴 때 마다 깊은 곳에서 자고 있던 내면의 반골기질은 독일행이 옳다고 속삭였다.  나의 전공인 화학은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독일에서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일의 영향은 거대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글로벌 화학업계에서 독일회사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덤으로 나는 코흘리게 시절 밀리터리 덕후가 될 뻔했었다. 그러니 내가 독일행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독일어를 하나도 모른채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뿐....     독일 공항에 첫 발을 내 디딜 때의 그 감정은, 미래에 대한 걱정, 고민보다는 해방감에 가까웠다. (한국 대학원은 과잉노동, 학생의 노예화로 희화화 되지 않았었던가. 나도 예외가 아니였다. 아니 아마 피해 당사자였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게도 독일의 한 대학교와 근처 막스...